길었던 겨울을 지나 봄으로 들어가는 초입, 딱 작년 이맘때에 울산에서 가지고 있던 모든 짐을 실은 용달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왔다. 그날도 오늘과 같은 흐린 하늘이었고 비가 조금 더 많이 내리고 있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그 해의 겨울은 상상하기도 아득할 만큼 멀리에 있다고 생각했었다. 어느새 그 겨울도 왔다 가고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라면을 끓일 냄비도 커튼도 없던 원룸에 우당탕탕 도착했던 날, 막막하기만 했던 이곳도 이제 단골이된 고깃집과 자주 가는 미용실이 있는 익숙한 장소가 되었다.
여전히 올해의 겨울도 상상하기도 아득할 만큼 멀리에 있다고 느껴진다. 아득하기만 한 올해의 겨울이 다시 왔다 가면 내년의 겨울의 끝에서 오늘의 하늘과 날씨를 다시 만나게 될까. 그리고 그때의 나는 올해 혹은 작년의 그날을 떠올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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