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일 일요일

앱스토어 세대 (App Store Generation) - 6. 출시를 향해 (2015년 10~11월)


- 6. 출시를 향해 (2015년 10~11월)

투썸플레이스에서

 '대부분 시간 소지하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라는 대략적인 방향을 정했다. 그 후 약 한 달 정도의 토론과 세부 기획 과정을 거쳐 더 살을 붙이고 다듬어 갔다. 학기가 진행 중이었다. 저녁 6시까지는 수업, 과제, 모임 등의 학교 활동을 주로 했고, 그 후 윤재형과 만나서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경험상 학교를 다니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각 구성원들이 전업(풀타임)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흐지부지되기가 쉽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프로젝트를 끝까지 끌고 가서 완성하는 것은 지난하고 처절한 과정을 견뎌내는 인내력과 지구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프로젝트 초기에 들떠있는 구성원들의 서로를 격려하는 언어와 결의 만으로 지켜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기필코 프로젝트를 완성시키기 위해 규칙과 목표를 한 가지씩 정했다. 규칙은 매일매일 함께 쏟을 수 있는 현실적인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에는 과제가 있던 친구의 생일이 있던 다 상관없이 프로젝트에만 집중하자는 것이었고, 목표는 12월 1일까지 앱을 완성해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출시하자는 것이었다. 함께 정한 시간은 매일 저녁 여섯 시부터 대략 자정 전까지의 밤 시간이었다. 몇몇 카페를 전전하다가 어느 날부턴가 학교에서 버스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투썸플레이스에만 갔다. 우리는 세 달 남짓한 기간 동안 그 규칙을 철저히 지켰다.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면 매일 같이 카페에 갔다. 결론적으로 씀은 목표 일보다 3일 늦은 12월 4일에 스토어에 출시됐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말하자면 씀이 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규칙을 잘 지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씀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의 세 달은 기획, 제작, 마무리(출시 준비) 작업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9월 한 달은 아무런 코딩을 하지 않은 채 앱 기획에만 집중했다. 경험과 실력이 현업에 있는 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가지고 있는 자원과 한계를 더 확실히 파악하고 그 안에서 철저한 기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루 이틀 만에 얼렁뚱땅 기획을 끝내고 허겁지겁 개발에 들어갈 수도 있었겠지만(실제로 이전에 다수의 프로젝트를 그렇게 망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 달간 앱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고 대화하며 기획을 완성했다. A4용지를 스마트폰 화면만 한 크기로 잘라 모든 화면을 그곳에 그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종이 프로토타입을 카페 책상에 순서에 맞게 책상에 쭉 펼쳐두고 수 없이 추가, 제거, 재배치의 과정을 거쳤다. 그 속에서 ‘씀’이라는 이름도 정했다.

종이 프로토타입

 결코 완벽하진 않았지만 제작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기획이 무르익었다고 생각했던 10월 초부터 본격적인 제작 작업을 시작했다. 서버와 DB에 대략적인 기초를 잡은 뒤 기획돼있는 화면을 순서대로 만들어 나갔다. 중간중간 막힌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작업이 진행됐다. 11월의 마지막 주가 됐을 때 약 80% 정도가 완성되었고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 막바지 마무리가 가장 지치고 고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젠 정말 끝났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버그나 추가해야 할 것들이 생겼다. 끝날 듯 끝날 듯 끝나지 않았다. 목표했던 12월 1일이 되었지만 완성하지 못했다. 12월 1일을 출시일로 정한 것에는 세 달 정도의 기간이면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늠에 의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12월 중순에 있는 학기 기말고사 기간 전에는 마무리를 짓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완성하지 못한 상태로 연달아 기말고사와 겨울 방학을 맞이한다면 이 프로젝트의 수명은 거기서 끝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여유가 없었다. 궁지에 몰린 마음으로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고 쪽잠을 자면서 마무리 작업에 매달렸다. 그렇게 3일이 더 지난 12월 4일에 완성된 앱을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출시할 수 있었다. 그날 오전 열 시쯤에 밤을 새우고 들어간 수업 맨 뒷자리에 앉아서 출시 버튼을 눌렀다. 그때의 기분은 성취감이나 후련함보다는 찝찝함과 자괴감에 더 가까웠다. 겨우겨우 완성해서 쫓기듯 출시는 했지만 부족한 것과 출시를 위해 포기해야 했던 것이 많았고, 처음 기대보다 훨씬 못 미치는 앱을 출시했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수업을 마치고 윤재형과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마시며 각자 느낀 기분에 대해 얘기했다. 다음엔 더 잘 해보자며 서로를 격려하는 것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부족했던 잠을 보충한 후에 당분간은 그동안 소홀했던 기말고사 준비에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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