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사회의 획일화된 교육 후에 인간은 일상 속에서 다양한 부작용을 겪게 된다. 학창시절에 꽤나 비판적인 사고를 했었다고 스스로 생각한 적도 있었으나, 돌이켜보니 전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사고는 종종 비판적일 수 있었으나, 그 사고에 의해 비롯된 어떠한 실천과 행동도 존재하지 않았다. 용기 없이 정해져 있는 시스템에 누구보다도 착실히 적응하려고 애를 썼지만, 그 반대편에서 퇴화해가고 있는 개성을 지켜내기 위한 어떠한 시도도 제대로 지속해보지 못했다. 20살 이전까지의 나의 삶에는 ‘자유’라는 주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틈조차 없었다. 돌이켜보면 스스로 의아할 만큼 맹목적이었고 순종적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청소년들 대부분이 그렇기에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휩쓸려 버린 것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래서 더 자유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남성의 경우 2년여의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나면 심각하게 자유를 침해받거나 박탈 당하는 일은 없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완전한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는 것일까.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에 의해 박해 당하거나(종교가 법적인 혹은 사회적인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경우를 제외하고), 타인의 이익을 위해 맹목적인 노동이 부당하게 강요되는 등의 일들이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다. 작게 봤을 때 종종 퇴보하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역사는 개개인의 자유와 개성이 합리적으로 보장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현재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개개인이 누리고 있는 정도의 ‘자유’를 기반으로 딛고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자유의 방향과 목적지는 어디일까. 짧은 생의 경험에서 비롯하는 고민과 통찰은 미천할 수밖에 없지만, 들떠있는 얘기를 떠들기보다는 피부로 느낀 것에 대해 써보려 한다.
쳇바퀴를 도는 듯한 학창시절을 벗어나서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이 스스로에게 주어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나.” 원하는 삶의 의미 범위가 처음에는 직업적인 것에서 시작해서 점차 말 그대로의 삶 전반으로 확장돼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무엇인가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주변 사람들 특히 부모님께서 나에게 기대하는 일들과 달라지기 시작하면서였다. 아버지의 질문은 ‘네가 가장 욕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냐. 돈이냐, 명예냐 아니면 다른 무엇이냐.’였다. 돈과 명예 같은 것들도 있으면 좋겠지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인생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체념하듯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데로 해봐’라고 하셨지만, 전혀 좁혀질 수 없는 거리가 느껴졌다. 범죄를 일으키는 것도 경제적인 지원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봐줬으면 하는 것이었다.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그에게 더 좋다는 이유로, 타인들이 보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 현명하다거나 혹은 심지어 올바르다는 이유로 그가 어떤 행동을 하거나 하지 않도록 강제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것들은 그에게 충고하거나, 그와 함께 따져보거나, 그를 설득하거나, 나아가 그에게 간청하기에는 좋은 이유들이지만, 그를 강제하거나 혹은 그가 달리 행동할 경우 그에게 해를 가하기에는 좋은 이유들이 아니다.’라는 자명한 사실이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이 답답했다.
주변의 걱정 어린 강요를 무릅쓰고 획일화되고 보편화되어 있는 대열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길을 가는 중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회의감이 이따끔씩 찾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학교 교육에서 정해져 있는 커리큘럼을 공부하고 있을 때에는 거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다. 그때보다 훨씬 자유로우며 압도적으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배우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렇다.
나이가 많든 적든 우리는 보편적인 방향을 자신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끊임없이 강요받곤 한다. 다양한 개성들이, 그리고 그 다양한 개성들이 나아가는 방향이 이전 선례들 혹은 주변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 때문에 불안하게 느끼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우리 시대의 ‘자유’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자유로 점차 진보하길 바라며,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개개인의 개성의 힘과 그 개성에 대한 자유의 중요함을 역설하는 책 속의 한 부분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한 민족은 일정한 시기 동안 진보한 다음 멈추는 것처럼 보인다. 언제 멈추는가? 그것은 그 민족이 더 이상 개성을 소유하지 않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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