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9일 토요일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_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_ 무라카미 하루키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p18 
 강한 인내심으로 거리를 쌓아가고 있는 시기인 까닭에, 지금 당장은 시간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시간을 들여 거리를 뛰어간다. 빨리 달리고 싶다고 느껴지면 나름대로 스피드도 올리지만, 설령 속도를 올린다 해도 달리는 시간을 짧게 해서 몸이 기분 좋은 상태 그대로 내일까지 유지되도록 힘쓴다. 장편소설을 쓰고 있을 때와 똑같은 요령이다. 만하다고 생각될 과감하게 펜을 놓는다. 그렇게 하면 다음 집필을 시작할 편해진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아마 비슷한 이야기를 썼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계속하는 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 장기적인 작업을 하는 데에는 그것이 중요하다. 일단 리듬이 설정되어지기만 하면, 뒤는 어떻게든 풀려 나간다. 그러나 탄력을 받은 바퀴가 일정한 속도로 확실하게 돌아가기 시작할 때까지는 계속 가속하는 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p21
 올해 5 ,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서 지내게 되면서부터, 달리는 일이 다시 매일의 생활에 하나의 중심축이 되었다. 착실하게 달리고 있다. 내가착실하게 달린다 하는 말은 구체적인 숫자를 들어서 말한다면, 일주일에 60킬로를 달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일주일에 6, 하루에 10킬로를 달린다는 것이다. 사실은 일주일에 7, 매일 10킬로를 달리면 좋겠지만, 비가 오는 날도 있고, 일이 바빠서 시간을 없는 날도 있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달리고 싶지 않은 날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미리 일주일에 하루쯤은쉬는 정해놓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주일에 60킬로, 달에 대충 260킬로라는 숫자가, 나에게는착실하게 달린다 하는 일단의 기준으로 정할 있다. 

-> 8 30 부터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조금씩 페이스가 나아지고 있고, 번에 달릴 있는 거리와 시간도 늘고 있다. 9 1일인 어제는 7.56 km 53 11초에 달렸다.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달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9 정도를 매일 달려보면 나에게 맞는 페이스와 주간 목표치를 찾을 있을 같다. 


p26
 똑같은 경우를 일에 대해서도 적용할 있다. 소설가라는 직업에적어도 나의 경우라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지만이기고 지고 하는 일이란 없다. 판매 부수나, 문학상이나, 비평을 받거나 받거나 하는 일은 뭔가를 이룩했는가의 하나의 기준이 될는지는 모르지만, 본질적인 문제라고는 없다. 자신이 작품이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도달했는가 못해쓴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며, 그것은 변명으로 간단하게 통하는 일이 아니다. 타인에 대해서는 뭐라고 적당히 설명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을 쓰는 것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과 비슷하다. 기본적인 원칙을 말한다면, 창작자에게 있어 동기는 자신 안에 조용히 확실하게 존재하는 것으로서, 외부에서 어떤 형태나 기준을 찾아야 일은 아니다. 

-> 김연수 작가의지지 않는다는 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도달했는가 못했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사업을 때에도 프로그래밍을 때에도 이와 다를 없다. 결국 모든 일은 스스로 설정한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애쓰는 자신과의 싸움인 것이다.


p35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이 항상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하루에 1시간쯤 달리며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나의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업이었다. 적어도 달리고 있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아도 된다. 그저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과도 바꿀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 사람들로부터, 일로부터, 스마트폰으로부터, SNS로부터, 인터넷 포털 사이트로부터, 유튜브로부터 등등 다양한 것에서 반강제적으로 격리되어 있는 시간은 나에게도 상당히 유익하며 중요한 시간이 되었다.


p45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p67
 달리기 시작하고 한동안은 그다지 거리를 달릴 수는 없었다. 20분이나 기껏해야 30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정도로도 헉헉 하면서 숨이 차버리고, 심장이 쿵쾅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오랫동안 운동다운 운동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달리는 것을 이웃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도 어쩐지 쑥스러웠다. 어쩌다 이름 뒤에 붙는 소설가라는 직함이 쑥스러운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계속해서 달리는 사이에 달리는 것을 몸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에 따라 거리도 조금씩 늘어갔다. 같은 것도 갖춰지고 호흡의 리듬도 안정되고 맥박도 차분해져 갔다. 스피드나 거리는 개의치 않고 되도록 쉬지 않고 매일 달리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그렇게 달린다는 행위가 하루 세끼 식사나 수면이나 집안일이나 쓰는 일과 같이 생활 사이클 속에 흡수되어 갔다 달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습관이 되고, 쑥스러움 같은 것도 엷어져 갔다. 스포츠 전문점에 가서 목적에 맞는 제대로 신발과 달리기 편한 옷도 사왔다. 스톱워치도 구입하고, 달리기 초보자를 위한 책도 사서 읽었다. 이렇게 해서 사람은 러너가 되어간다. 


p71
 생각해보면, 그런 관점에서 소설가라는 직업에도 맞아떨어지는 말일지도 모른다. 타고날 때부터의 재능이 풍부한 소설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혹은 무엇을 해도) 자유자재로 소설을 있다. 샘물이 퐁퐁 솟아나듯이 문장이 자연스레 솟아올라 작품이 완성된다. 노력할 필요 같은 없다. 그런 사람이 더러는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러한 타입은 아니다. 자랑을 하는 아니지만, 주위를 아무리 돌아보아도 나에게 같은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괭이를 손에 쥐고 부지런히 암반을 깨고 구멍을 깊게 뚫지 않으면 창작의 수원에 도달할 없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몸을 혹사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된다. 작품을 쓰려고 때마다 일일이 새롭게 깊은 구멍을 파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그와 같은 생활을 오랜 세월에 걸쳐 해가는 동안, 새로운 수맥을 찾아내고 단단한 암반에 구멍을 뚫어 나가는 일을 기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효율성 있게 있게 된다. 그러니까 하나의 수원이 메말라간다고 느껴지면 과감히 바로 다음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자연의 수원에만 의지하고 있던 사람은 갑자기 그렇게 하려고 마음먹어도 그리 쉽게 없을지도 모른다.
 인생은 기본적으로 불공평한 것이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가령 불공평한 장소에 있어도 그곳에 있는 종류의공정함 희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에는 시간과 노력이 들지도 모른다. 어쩌면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헛수고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공정함 굳이 희구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어떤가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재량이다. 


p75
학교란 그런 곳이다. 학교에서 우리가 배우는 가장 중요한 것은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는 배울 없다라는 진리이다.


p75
 그러나 아무리 장거리를 달리는 것이 성격에 맞다고 해도 역시오늘은 몸이 무겁다. 어쩐지 달리고 싶지 않은데라고 느껴지는 날이 있다. 아니, 종종 있다. 그럴 때는 여러 가지 그럴싸한 이유를 붙여서 달리기를 쉬고 싶어진다. 올림픽 마라토너인 세코 도시히코씨와 인터뷰를 적이 있다. 현역에서 은퇴하고 S&B팀의 감독으로 취임한 얼마 안됐을 때의 일이다. 그때 나는세코 같은 레벨의 마라토너도오늘은 어쩐지 달리고 싶지 않구나. , 싫다. 오늘은 그만둬야지. 집에서 이대로 잠이나 자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해보았다. 세코 씨는 그대로 눈을 크게 뜨고는, ‘무슨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거야라는 어조로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p122
 이와 같은 능력(집중력과 지속력) 고맙게도 재능의 경우와 달라서, 트레이닝에 따라 후천적으로 획득할 있고, 자질을 향상시켜 나갈 수도 있다. 매일 책상 앞에 앉아서 의식을 곳에 집중하는 훈련을 계속하면, 집중력과 지속력은 자연히 몸에 배게 된다. 이것은 앞서 근육의 훈련 과정과 비슷하다. 매일 쉬지 않고 계속 써나가며 의식을 집중해 일을 하는 것이, 자기라는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정보를 신체 시스템에 계속해서 전하고 확실하게 기억시켜 놓아야 한다. 그리고 조금씩 한계치를 끌어올려 간다. 이것은 매일 조깅을 계속함으로써 근육을 가오하하고 러너로서의 체형을 만들어가는 것과 같은 종류의 작업이다. 자극하고 지속한다. 자극하고 지속한다. 물론 작업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만큼의 보답은 있다.


p127
아무튼 여기까지 쉬지 않고 계속 달려운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을 스스로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다음 자신의 내부에서 나올 소설이 어떤 것이 될지 기다리는 그것이 낙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한계를 끌어안은 사람의 작가로서, 모순 투성이의 인간으로서, 한계를 끌어안은 사람의 자가로서, 모순 투성이의 불분명한 인생의 길을 더듬어가면서 그래도 아직 그러한 마음을 품은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역시 하나의 성취라고 부를 있지 않을까. 다소 과장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기적이라고 해도 좋을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만약 매일 달리는 것이 같은 성취를 조금이라도 보조해주었다고 한다면, 나는 달리는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하지 않으면 것이다. 
 세상에는 때때로 매일 달리고 있는 사람을 보고, “그렇게까지 해서 오래 살고 싶을까하고 비웃듯이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생각이지만 오래 살고 싶어서 달리고 있는 사람은 실제로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설령 오래 살지 않아도 좋으니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은 온전한 인생을 보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달리고 있는 사람이 수적으로 훨씬 많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같은 10년이라고 해도, 멍하게 사는 10년보다는 확실한 목적을 지니고 생동감 있게 사는 10 쪽이, 당연한 일이지만 훨씬 바람직하고, 달리는 것은 확실히 그러한 목적을 도와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사는 것의(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것이다. 이와 같은 의견에는 아마도 많은 러너가 찬성해줄 것으로 믿는다. 


p185
 앞에서도 썼지만,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다수의 사람들이 아마도 그렇듯이 나는 쓰면서 사물을 생각한다. 생각한 것을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문장을 지어 나가면서 사물을 생각한다. 쓴다고 하는 작업을 통해서 사고를 형성해간다. 다시 고쳐 씀으로써 사색을 깊게 해나간다. 그러나 아무리 문장을 늘어놓아도 결론이 나오지 않고, 아무리 고쳐 써도 목적지에 도달할 없는 경우도 물론 있다. 가령 지금이 그렇다. 그럴 때에는 그저 가설을 가지 제안할 수밖에 없다. 혹은 의문 자체를 차례차례 부연해갈 수밖에 없다. 혹은 의문이 지닌 구조를 뭔가 다른 것과 구조적으로 맞대어 비교하든지.


p187
 중요한 것은 시간과의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만큼의 충족감을 가지고 42킬로를 완주할 있는가, 얼마만큼 자기 자신을 즐길 있는가, 아마도 그것이 이제부터 앞으로의 의미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것을 나는 즐기며 평가해가게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와는 약간 다른 성취의 긍지를 모색해가게 것이다.
 나는 기록에 도전하는 무심한 젊은이도 아니고, 한낱 무기적인 기계도 아니다. 한계를 알면서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오래 자신의 능력과 활력을 유지해가려 하는, 사람의 직업적인 소설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p257
 나는 올겨울 세계의 어딘가에서 마라톤 풀코스 레이스를 하게 것이다. 그리고 내년 여름에도 어딘가에서 트라이애슬론 레이스에 도전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계절이 순환하고 해가 바뀌어간다. 나는 살을 먹고 아마도 하나의 소설을 써가게 것이다. 어쨌든 눈앞에 있는 과제를 붙잡고 힘을 다해서 일들을 하나하나 이루어 나간다. 보폭에 의식을 집중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동시에 되도록 범위로 만사를 생각하고, 되도록 멀리 풍경을 보자고 마음에 새겨둔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장거리 러너인 것이다.
 개개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 하는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있는 참았다고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교훈을 배워 나가는 것에 있다. 그리고 시간과 세월을 들여,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으로 충분히 납득하는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 조금이라도 그것들과 비슷한 장소에 근접하는 것이다(그렇다, 아마도 이쪽이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만약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이것이 지금 내가 바라고 있는 것이다.

2018년 8월 31일 금요일

파워풀 _ 패티 맥코드



p12
책은 넷플릭스의 성장 과정을 추억하며 쓴게 아니다. 사업 환경이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는 오늘날,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안내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넷플릭스일 뿐이다. 스타트업에서 대기업까지, 그리고 단위가 크든 작든 모든 직급의 리더를 대상으로 책이다. 모든 리더는 새로운 시장 수요를 예상하고, 놀라운 기회를 포착하며, 새로운 기술을 물고 늘어지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경쟁자가 빨리 혁신할 것이다.


p13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잘하기만 했을까? 알다시피, 어떤 기업도 그럴 없다. 우리는 수차례 발을 헛디뎠으며 그중 일부는 아마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도전 과제를 획기적으로 풀어나갈아하!’ 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오히려 점진적으로 적응하며 안에서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갔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 실수하기 -> 처음부터 다시 하기 -> 좋은 결과 내기 그것이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넷플릭스는 적응력을 높이고 최고의 성과를 도출하는 독특한 문화를 창조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꾸준히, 끈기를 가지고 걸음씩 내디뎠다. 회사가 원하는 핵심 행동 양식을 직원들에게 심어주고, 그런 행동을 실천할 있는 자유를 주자(사실상 직원들에게 그런 행동을 실천하도록 요구했다) 놀랍게도 적극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팀이 됐다. 팀들이 오늘날의 넷플릭스를 탄생시킨 최고의 드라이버다.

>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 실수하기 -> 처음부터 다시 하기 -> 좋은 결과 내기 익숙해지고, 꾸준히 끈기를 가지고 걸음씩 내디뎌가자.


p16
조직의 모든 사람, 모든 팀이 계획이 언제든 백지화되고 모든 것이 변화할 있음을 받아들이게 됐다는 뜻이다. 나아가 변화가 대단히 좋다고 여기게 됐다.


p72
사업가가 알아야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는 직원들에게 정중하고 솔직하게 진실을 말하는 것이 잔인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속을 드러내고 직원들이 들어야 말을 해야만 그들이 당신을 믿고 이해할 있다.


p76
넷플릭스 문화를 이루는 하나의 축은 만약 일하는 방식에서 직원들이 문제를 겪고 있다면 당사자들끼리 얼굴을 맞대고 터놓고 얘기하길 바란다는 점이다. 우리는 누구도 뒤에서 비판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내가 최고인재책임자였기 때문에 관리자들은 자주 내게 어떤 직원 또는 어떤 부서의 사람들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곤 했다. 그때마다 이렇게 대꾸했다. “그에게 직접 말해봤어요?”


p92
리더가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둘 아니라 틀렸음을 인정하는 모습, 더욱이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모습은 직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 “ 소리 말하세요! 자신의 주장을 강력히 제시하세요!”


p97
직원들에게 익명이 허용될 진실해질 것이란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경험으로 전혀 그렇지 않다. 진실한 사람들은 모든 일에서 진실하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피드백을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면, 그들이 하는 일이나 조직에서의 위치 어떤 맥락에서 지적이 나왔는지 이해할 있겠는가? 익명의 조사가 가지는 가장 문제는 직원들에게 자신이 누군지를 숨길 있을 가장 솔직해질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준다는 점이다.


p112
테드는 팀의 콘텐츠 창조 과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상당히 많은 직관력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나는 팀원들이 데이터를 읽을 있을 만큼 충분히 똑똑해야 하는 동시에 그것을 무시할 있을 만큼 직관적일 것을 기대합니다.”


p124
당신도 같은 훌륭한 대화의 장을 만들 있다. 올바르게 대화를 설정하고, 단순히 이기기 위해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고객과 회사를 위한 최선의 답을 찾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하는 시간을 조금만 들인다면 말이다. 이를 위해선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룹이 무엇을 결정할지와 대화의 이유를 명확히 해야 한다. 토론이 주제에서 벗어나거나 누군가가 고집스럽게 버틴다면 당신은 이렇게 말하면서 끼어들 있다.
우리가 여기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무엇이죠?” 또는그게 사실이라고 믿게 이유가 무엇인가요?”


p140
경험상 비즈니스 리더들이 정기적으로 물어야 가장 중요한 사항 하나는지금 있는 팀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에게 필요한 팀이 어떤 팀인가하는 것이다.


p144
기본적인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우리는 많이 일할 것이고, 놀라운 성과를 것이다라고 생각할 출발점을 현재의 팀으로 상정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당신이 데리고 있는 팀으로 시작하면, 많이 일할 수는 있겠지만 놀라운 성과를 내진 않는다는 것이다. 미래 미전에서 출발해서 이상적인 팀을 구축해라. 당신이 해결하길 원하는 문제를 찾아내라.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간을 정해라. 일을 성공시킬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들에게 정보와 자원을 제공해라. 이를 위해 스스로에게 물어라. 준비가 되고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사람들을 데리고 와야 하는가?


p162
넷플릭스는 인재관리에 대해 가지 기본 철학을 만들었다. 첫째, 훌륭한 사람을 채용하고 누구를 내보낼지를 결정하는 것은 관리자의 몫이다. 둘째, 모든 직무에 그저 적당한 사람이 아닌 매우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려고 노력한다. 셋째, 아무리 훌륭한 직원일지라도 그의 기술이 회사에 더는 필요치 않다면 기꺼이 작별 인사를 한다.

> 종종, 이건 이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니까 이렇게 있지 혹은 이정도 매출이 나니까(돈이 있으니까) 이렇게 있는거지 하면서 지켜야 했던 기준들을 포기한 적이 많았다. 실제로 겪었던 것들로 예를 들어 본다면 모든 직무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앉혀야 한다는 , 그저 적당한 사람이 아니라 매우 접합한 사람을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등등. 이제 시작하는 팀이라고 해서 규모가 작은 회사라고 해도 절대 포기하면 안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지속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제 시작하는 규모가 작은 단계에서 활용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되, 자체가 핑계가 되어선 안된다. 초기부터 잘하지 못하면 어느정도 규모가 커져도 안될 문제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p219 
사회자가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너무나 유명한 선수들이 성공하도록 코치했습니다. 비결이 무엇인가요? 그들에게 어떤 피드백을 줬나요?”
그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시즌에 80회의 경기를 합니다. 번의 경기마다 나는 모든 선수와 개별적으로 만나요. 선수마다의 모든 통계를 가지고요. 다른 코치나 팀원들에게도 선수에 대한 피드백을 듣습니다. 선수 스스로도 자기평가서를 가져옵니다. 그런 우리는 다음 번의 경기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이야기합니다.”

2017년 10월 28일 토요일

518민주화운동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 한강 '소년이 온다'를 읽고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 대한민국 광주에서의 비극을 이야기한다. 그날에 거대한 국가로부터 힘 없이 짓밟힌 개인과, 그 개인들이 살아온 그날 이후의 삶에 대해 차분히 서술한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수업시간에 혹은 영화에서 잠깐씩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접한 것이 전부였을 때까지는 1980년 5월 19일과 그 이후를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518민주화운동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자주 들어 익숙해진 이름의 역사속 수 많은 사건들을 전혀 모르고 있구나 생각했다. 

2017년 10월 23일 월요일

앱스토어 세대 (App Store Generation) - 9. 겨울방학 (2015년 12월)


- 9. 겨울방학 (2015년 12월)

 학기가 끝나고 겨울방학이 됐다. 본격적으로 씀에 집중해 볼 계획으로 기숙사에 남았다. 학기가 마무리되기 전에 기필코 앱을 완성시키고자 했던 것도 이런 계획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학기가 진행되는 동안 틈틈이 앱을 완성시키고 방학기간 동안 몰아붙여서 승부를 보자는 심산이었고, 꽤 주요했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다니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할 때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이상적인 패턴이다. 학기가 진행되는 약 3개월은 프로젝트를 1차적으로 완성하기에 적당한 시간이고, 방학은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프로젝트를 발전시킬 수 있는 학생들만의 특권 같은 시간이다. 물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 더 긴 호흡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리 정해둔 완성 혹은 출시까지의 기간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할 때에는 그것이 본인들의 역량에 맞는 일인지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진행한 프로젝트를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다음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검토해보고 결정하면 된다. 거창하게 회사를 만들거나 사무실을 얻거나 할 필요도 없다. 마음 맞는 친구 몇 명과 말 그대로의 프로젝트를 정해진 기간 동안 해보면 된다. 

 사족이지만 개인적으로 학교나 정부에서 ‘창업’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대학생들을 부추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부추기는 주체와 부추김을 당하는 대상 모두가 ‘창업’이라는 단어로 인해 본질에서 멀어지기가 너무도 쉽다는 것을 몇 년간의 경험과 관찰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마음속에서 불꽃이 튀었고, 이것을 함께 할 친구 혹은 선후배가 있다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기간이 정해진 프로젝트를 통해 승부를 보자. 그것 외에 프로젝트를 방해하는 언어들이 있다면 머릿속에서 다 지워버리는 것이 좋다. 

 방학이 되면서 부모님의 경제적인 지원으로부터 독립하기로 결정했다. 걱정 어린 반대에 무릅쓰고 원하는 일을 하겠다면서 그것을 위한 생활비를 부모님께 받는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12월 당시 통장에 약 50만 원 정도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침 윤재형도 유일한 수입원이었던 과외를 그만두었던 시기여서 돈이 없었다. 식비를 포함한 생활비, 서버 운영비용, 프라이머 관련 일로 함께 서울에 오가는 비용 등 다양한 지출로 잔고는 3주 만에 바닥났다. 다행히 일주일 후에 윤재형이 그전에 해둔 디자인 외주 비용이 입금되면서 그나마 버텨나갈 수 있었다. 그 사이 일주일 동안은 1+1 라면을 주식으로 현실 만 원의 행복을 찍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량한 얘기들이 많지만 그때는 마냥 즐거웠다. 하루는 컵라면만 먹기엔 허전해서 약간의 사치를 부려 양파링을 같이 샀다. 뜬금없이 양파링을 컵라면 국물에 찍어 먹어보고는 뜻밖에 맛있음에 감탄하며 신나했었는데, 지나고 나서는 이제 그럴 일도 없거니와 그러고 싶지도 않다. 

 씀 앱을 개선하고 추가 업데이트를 준비함과 동시에 씀에서 작성된 글을 모아 책으로 제작해서 전국에 독립 책방을 통해 판매했다. 내가 만든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 숫자가 계속 늘어간다는 것과 출시 전부터 꿈꿔오던 '씀의 글로 책을 제작하는 일'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하고 설레는 일이었다. 그런데 사용자 규모가 조금씩 늘어갈수록 감사하고 설레는 기대감과 함께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도 동시에 커져갔다. 10명에서 100명, 100명에서 1,000명, 1,000명에서 10,000명 … 규모가 한 단계 늘어날 때마다 새로운 문제들과 마주했다. 땜질하듯 겨우겨우 상황을 모면하거나 문제가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적절한 해결 방법을 알지 못해 시간이 지체될 때마다 무거운 압박감을 느꼈다. 그리고 언제까지 이렇게 버텨나갈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출시 초기에 우린 이대로 끝이구나 했던 순간이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업데이트를 하기 위해 필요한 키 파일을 잃어버렸을 때이고, 다른 한 번은 약 2만 명 정도 사용자들의 글을 모두 지워졌을 때였다. 그 키 파일을 잃어버렸다면 더 이상의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없어서 몇 만 명이 다운로드했던 앱을 지우고 새롭게 올려야 했을 것이다. 그때까지의 사용자 수, 순위, 리뷰 등의 기록들이 다 사라지게 된다. 다행히 다시 찾긴 했지만 정말 아찔했던 기억이다. 이것보다 더 심각했던 것은 한순간에 사용자들의 글이 모두 사라졌을 때였다. 여느날처럼 새로운 기능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던 새벽이었다. 윤재형이 잘 못 입력된 글 데이터 한 줄을 지운다는 것을 실수로 테이블을(관계형 데이터베이스와 플랫 파일 데이터베이스에서 테이블(table)은 세로줄과 가로줄의 모델을 이용하여 정렬된 데이터 집합(값)의 모임이다.) 통째로 지워버렸다. 그땐 그런 실수를 방지할 만한 기초적인 장치들도 되어 있지 않았다. 망연자실했다.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몇 분간의 정적이 이어졌다. 정말로 이대로 끝이구나 싶었다. ‘그래, 지금까지의 행운이 말도 안 되긴 했지. 아쉽긴 하지만 우린 여기까지구나.’ 이런 자포자기한 생각으로 마음을 추슬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당시에 이용중이던 호스팅 업체(서버를 대여하는 서비를 하고 비용을 받는 업체) 긴급 장애 대처 서비스에 전화했다. 다행히 매일매일 자동으로 서버에 데이터를 백업해두고 있었다. 약 4시간 정도의 데이터를 제외한 나머지를 복구할 수 있었다. 소중한 글을 잃어버린 사용자분들 한 분 한 분께 사과드린 후 상황을 수습했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문제들을 몸으로 부딪히며 지금까지 왔다. 그때 우리가 그렇게 망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순간들을 여러 번 거치면서 조금씩 멘탈도 단단해지고 여유도 생겼다. 미래의 있을 일들을 미리 걱정하며 지금 우리가 혹은 내가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가 항상 걱정이었는데, 자연스레 그런 걱정은 의미가 없고 순간 순간 부딪히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얼마전 크게 공감했던 소설가 김연수님이 젊은 소설가들을 향해 쓴 문장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친다. 

“사랑하는 재능을 확인한 뒤에야 사랑에 빠지는 사람도 있을까? 그러니까 사랑에 빠진 젊은 소설가여, 매일 그걸 해라."



- To be continued...

2017년 10월 5일 목요일

앱스토어 세대 (App Store Generation) - 8. 5분의 대화 (2015년 12월)


- 8. 5분의 대화 (2016년 12월)

 그렇게 정신없이 12월의 중반을 넘긴 후, 피할 수 없는 기말고사 기간이 됐다. 하루 이틀 벼락치기로 공부해서 겨우겨우 시험을 치렀다. 저녁에 있을 마지막 과목 시험을 세 시간 정도 앞둔 긴박한(?) 오후였다. 건물 엘리베이터 안에서 포스터를 통해 그날 있을 학교 창업 관련 행사에 벤처기업 투자자 배기홍 대표님(스트롱 벤쳐스)이 방문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이대로 쭉 시험공부를 해야 할지, 아니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행사에 참가해서 투자자를 만나봐야 할지를 약 10초 정도 고민해봤다. 설치 수가 1만 명을 넘어가고 있었고, 이것을 우리가 어떻게 더 진행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막막하던 때였다. 당장 투자를 받고말고의 문제보다 순수하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여쭤보고 싶었다. 또 가지 않고 남아 있는다고 해서 시험 공부가 잘 될 것 같지도 않았다. 윤재형과 간단히 우리의 상황을 ppt로 정리해서 자료를 만들어서 행사장으로 갔다. 일말의 죄책감이 남아 있어 시험공부를 위한 자료들을 함께 가져갔지만 잘 될리가 없었다.

 그렇게 호시탐탐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행사가 각 팀들의 발표와 질의응답 형식으로 이어지고 있어서 순서가 다 끝나고 나서 말을 붙일 수 있었다. 행사를 마치고 나가려는 분을 붙잡고 대략 이런 식으로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유니스트의 학부생 이지형, 이윤재라고 하는데요. 저희랑 잠깐 얘기하실 수 있을까요?"
“아 네 안녕하세요. 죄송한데 뒤에 일정이 있어서요. 지금은 조금 힘들 거 같은데. 무슨 일이시죠?”
행사 관련된 교수님 몇 분이 기다리고 계신 듯했다. 서로 난처해하며 3초간 정적이 흐른 뒤,
“저희가 앱을 하나 만들어서 출시했는데요. 한 달 만에 사용자가 만 명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걸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조언을 얻고자 행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음 그럼 시간이 많이는 없으니까요. 빨리 얘기해보죠.”
준비해 간 4페이지짜리 소개 문서를 보며 빠르게 설명해드렸다.
설명을 다 듣고 배기홍 대표님은 두 가지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둘이서 만든 거라고 하셨죠, 두 분 각자 역할이 뭐예요?"
“저는 개발을 맡았습니다.”, “저는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그럼 이거 그냥 학교 다니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하는 거예요 아니면 진지하게 더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 거예요?”
“사이드 프로젝트의 단계는 지나갔다고 생각하고요. 진지하게 더 해보고 싶습니다.”
“오케이, 그럼 다음 주에 스카이프 한 번 해요. 메일로 연락드릴게요.”

 간결했지만 강렬했다. 내 생의 첫 번째 벤처 투자자와의 대화였다. 그리고 그분이 배기홍 대표님이었다는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우리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로서 계속 만나 뵙고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진심으로 창업자를 대하는 것이 대화 때마다 느껴진다. 누군가 생에 처음으로 대화해야 할 벤처 투자자를 찾고 있고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물론 첫 번째가 아니어도 좋다.) 그다음 주 약속했던 스카이프 미팅을 통해 조금 더 자세한 상황을 설명드리고 대화를 나눴다. ‘프라이머’(http://primer.kr/)라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깃수 별로 초기 기업들을 발굴해서 투자하고 성장을 돕는 회사)를 소개해주셨고, 그 당시 모집 중이던 batch 9기에 지원했다. 순간순간 스스로 결정하기는 했지만, 긴박한 외부 상황 변화라는 거대한 물결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고 있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학기가 끝나가고 있었다.   


앱스토어 세대 (App Store Generation) - 7. 출시 후 일주일 (2016년 12월)


- 7. 출시 후 일주일 (2016년 12월)


 씀 안드로이드 앱을 마켓에 올리고 나서 첫 일주일은 2년여가 지난 지금에도 시간 단위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복기해 볼 수 있을 만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미있거나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들 몇 가지를 추려 시간 순서대로 쫓아가 보자.

 씀을 마켓에 올리고 난 다음날 주변 지인들 약 20명에게 출시를 알렸다. 그렇게 첫날 신규 가입자 수 2명 (나와 윤재형), 둘째 날 신규 가입자 수 15명(지인 20명 중)으로 서비스가 시작됐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셋째 날부터 새롭게 가입하는 사람들과 작성되는 글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3일 차에 회원 수가 100명이 조금 넘었고, 4일 차에 400명, 일주일이 되었을 땐 2,000명을 넘었다. 주변 지인들 중 몇몇이 자발적으로 트위터와 다음 카페 등에 소개해준 것이 발단이 되어 공유와 리트윗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기말고사 준비는 이미 뒷전이 된지 오래였다.


 갑작스러운 사용량 증가에 전혀 대비가 안 돼 있었을 뿐 아니라 체계적으로 개발되지 못한 것들이 많은 까닭에 크고 작은 오류들이 메일과 카톡, 플레이 스토어 리뷰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되고 있었다. 1년 이용료가 10,000원도 채 안되는 착한 가격의 서버에 서비스가 돌아가고 있었다. 서비스 출시 후 일주일간 서버가 뻗고 확장하는 과정을 세 번 이상 반복했다. 또 당시 테스트 기기는 직접 사용하고 있던 LG g3 제품 한 대 뿐이었다. 그 한 대로 테스트를 한 후 앱을 출시했는데, 테스트하지 못했던 삼성 제품군에서 글 저장이 제대로 되지 않는 버그가 발생했다. 삼성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후배를 불러 치킨을 사주며 앉혀둔 뒤, 잠시 스마트폰을 빌려서 버그를 고쳤다.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글감이 변경되도록 한 것은 앱 출시 후 대략 삼 주가 지난 후였다. 그전까지는 아침 일곱 시와 저녁 일곱시에 직접 글감을 변경했다. 때때로 늦잠을 자거나 잊어버리고 글감을 변경하지 못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삼 주간 그렇게 하고 나니 방식을 자동으로 변경한 뒤에도 얼마간은 아침 일곱 시만 되면 깜짝깜짝 놀라서 깨곤 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정말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그 당시에는 하나하나 직접 부딪히며 개선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충분히 준비된 상태는 아니긴 했지만, 흥분되고 설레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2017년 10월 3일 화요일

기차에서

 추석을 맞아 기차를 타고 고향인 김천에 가는 중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꼬마 아이가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엇인지는 정확히 들리지 않았지만 무엇인가를 애타가 찾고 있었다. 아이의 엄마가 기차에는 그 무엇인가가 없다고 설명하며 애써 아이를 달래는 중이었다. 무엇을 저리 애타가 찾고 있을까 궁금해하던 중에 문득 나의 어린 시절 중 몇몇 장면들이 떠올랐다.

 내가 일곱 살, 유치원에 다니고 있을 때의 어렴풋한 기억이다. 연년생인 형과 같은 유치원을 다녔었고, 유치원을 마치고 나면 엄마가 차를 타고 데리러 오셨다. 형이 한 해 먼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난 후부터는 엄마와 둘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때의 나도 기차에서 칭얼대고 있는 저 아이처럼 막연하게 무엇인가를 찾곤 했다. 유치원에서 먹은 쿠키가 너무 맛있었던 날이면 그 쿠키를 찾으러 가자고 했고, 가지고 놀았던 유치원의 교구나 장난감이 너무 재미있었던 날이면 그 장난감을 찾으러 가자고 했다.

 그땐 미쳐 알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지나고 나서 그 기억들이 너무나 고마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들떠서 쫑알대며 무엇인가를 찾을 때마다 엄마는 그 말도 안 되는 설명과 엉터리 묘사를 찬찬히 그리고 진지하게 들어주고, 함께 그 무언가들을 찾으러 다녀주셨다. 쿠키를 찾는 날에는 온 동네 제과점을 다 돌아다녔고, 장난감을 찾는 날에는 동네의 마트와 장난감 가게들을 뒤지러 다녔었다. 그렇게 세네 군대를 돌아다니다 보면 나는 제 풀어 지쳤고 그때쯤 엄마는 납득할만한 다른 대안을 제시하거나 다음에 다시 찾아볼 것을 제안해주셨다.

 분명 그때의 엄마도 나의 설명과 묘사로는 그 무엇인가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계셨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것을 찾고 못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억누르거나 굴복시키려 하기보다 스스로 이해하고 인정하며 납득할 수 있도록 과정을 함께 해주었고 그것을 귀찮거나 낭비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그러한 맥락의 기억하는 일들과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이 내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차곡차곡 쌓여 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