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임을 위한 행진곡'까지 종북몰이하나
노래는 단순히 음률과 가사의 결합이 아니다. 그것이 불린 시대의 역사, 노래를 불렀던 사람들이 공유하는 기억과 체험까지도 아우르는 총체적 융합물이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한 대중가요도 그러하거늘 군부독재 시기의 민주화운동과 5/18 광주민중항쟁을 상징하는 노래인 '임을 향한 행진곡'에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터이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이들의 피땀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이 노래가 온갖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을 정부가 온갖 핑계로 외면하고 있는 데다, 주무부처인 국가보훈처의 영향력 아래 있는 보수우익 단체들이 '북한과 관련된 노래' 운운하며 황당하기 짝이 없는 '종북몰이'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 162명의 결의안은 지난해 6월 통과됐다. 그러나 정홍원 총리는 2개월 뒤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국민적인 공감대가 중요하다"며 미온적인 자세를 보였다. 보훈처는 한술 더 떠서 지난 2월 국회 정무위 보고에서 "이 노래가 북한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이며 북하 통일노래 100곡집에 수록됐다"며 '종북몰이'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 재향군인회 등은 며칠 전 친여 보수신문에 '임을 위한 행진곡, 그들의 임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광고를 내고 대대적인 색깔공세를 폈다.
알려진 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18 광주항쟁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고 야학을 이끌다 사망한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을 위해 1981년 소설가 황석영씨가 가사를 쓰고 당시 전남대생 김종률씨가 곡을 붙여 탄생했다. 황석영씨는 1989년 방북했고, 북한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는 1991년 제작됐으니 '북한 관련' 운운은 터무니없는 왜곡인 셈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종북노래'라면 5.18이 국가기념일이 된 1997년부터 어떻게 정부 주관 행사에서 공식 제창되고, 역대 대통령이 따라 부를 수 있었겠는가.
이 노래를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라는 의견을 낸 것은 국회만이 아니다. 전국 시,도의회와 시,군,구의회 의장협의회도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정부는 '여론수렴'운운의 핑계를 거두고 지체없이 기념곡으로 지정해야 한다. 보수단체도 근거없는 색깔공세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폄훼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5월 영령과 이 땅의 민주주의 역사 그 자체를 모욕,능멸하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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